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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애띤 호형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컷. © 강경구 |
하늘위로 띄워올린 풍선 하나 희망이란 무엇일까? 칠흑같이 어두운 망망대해의 하늘위로 비추이는 한줄기 빛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희망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전현 불가능 해 보이는 일들을 성취해 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희망했고 희망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쾌청한 날씨였는데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전 한나절 동안 무료하게 내리는 빗속으로 환하게 동터오는 태양을 보면서도 떠올려지는 것은 희망이었다. 어렵고 힘든 고뇌의 바다를 지나 당당히 들어서는 희망의 포구에 정착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드디어 만나는 선원들의 멋진 해후를 맘속에 그려보는 그런 날이다. 아나실 두 번째 이야기는 후반기를 바라보며 맘속에 남는 두 번째 추억을 적어본다.
아나실 결연 사랑의 쌀지원 사업 지금은 스산한 초가을, 사랑하였으므로 진정 행복하였던 청마의 싯귀가 떠올려지는 것은 지난 뜨거웠던 여름과 춥고 가슴 시리던 국내 경기침체와 경제 불안의 해일을 마주하면서도 힘차게 살아보자고 격려해주던 아름다운 아나실 사람들과의 추억이 새삼스럽기 때문이다. 쌀 40kg를 들고 따라다닌 여덟 가정에서 해맑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들의 미래를 축복하고 격려했던 일로 우리가 이렇게 기쁜 것은 아마도 아나실과 같은 단체나 조직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신명나는 일들이었음이 분명하다. 쌀 반가마가 주는 의미는 결식아동들의 가정에다 주는 동정도 연민도 아닌 그야말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척이 주는 소중한 선물 그 자체이다. 그저 아이들이 내색하지 않고 도움을 도움으로 인식하지 말기를... 그러나 먼 후일 오늘의 일들이 그들 삶에 어떤 회한도 비애도 아닌 또 다른 누군가를 도와야 하는 이유로, 당위성으로 남아주기를 바란다는 아나실 대표이사(조선대학교 의과대학 서재홍 교수)의 바램이 긴 여운으로 남을 뿐이다.
사람이 그리워 사랑이 그리워 아나실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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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하남공단 내 남선하이텍(남재술 사장)을 방문하였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 온 근로자들과 청년 아나실이 함께했다. ©강경구 | 곧이은 외국인 근로자 탐방, 이제 제법 익숙한 운전으로 하남공단을 돌고 돌아 남선 하이테크, 하남철강, 현대 하이텍을 들러서 반갑게 선물을 전달한다. 늘상 만나고 헤어지는 직장 동료들처럼 가볍게 웃어 보이고 좋은 한 해의 마무리를 기원해주는 인사들이 오고 간다. 여전히 남선 하이텍의 남재술 사장님(아나실 이사)은 바쁜 일과를 제치고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선물 증정식에 가이드로 앞장 서 주신다. 추석선물을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이 시간이 기다려지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기쁜 얼굴이 포개어지기 때문이다. 필리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심지어 머나먼 땅 아프리카에서도 한국을 찾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그들을 뒤로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자연스레 악수가 오가고 눈인사와 포옹까지도 서슴치 않는 외국인 친구들과의 만남이 새로운 세상에 나를 데려다 놓은 느낌을 준다.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아나실도 산다.
몇 명의 청년 아나실 회원이 함께해주고 있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청년들의 참여로 아쉬움이 더해지지만 빠지지 않고 참여해주는 청년들이 있어서 나눔 사업은 한층 더 의미 있다. 올 해는 조선대학교의 한국대학생선교회 소속의 회원들이 나눔 사업에 동참해주고 있다. 특히 할머니들의 목욕 봉사 때도 함께 해주었던 몇 낯이 익은 학생들이 반갑게 눈인사를 한다. 간단한 식사와 차를 같이 마시고 목욕탕에 할머님들의 등을 타올로 밀어드리고 맛사지도 해 드리고 벌써 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는 아나실의 노인캠프가 곧 열린다니 목욕탕 앞까지라도 동행해야 할 것 같다. 올해도 많은 할머니들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여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하여 여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기도 하단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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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와 조선간호대 학생들로 구성된 노인캠프 참여 청년아나실 회원들 ©강경구 |
점점 길어지는 밤, 하루를 돌아보기도 부족한 시간들이지만 피곤하지 않고 힘들지 않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 나를 위해 울리는 것이고 나를 기억해달라고 울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만 이 사회가 아름답고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을 주고 달라지 않으니라 아무것도...”라는 김남조의 시에서의 그 비처럼 까닭 없는 사랑과 나눔을 주는 이들이 의외로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대학 교수님들이 중심이 되어 졸업 후 개업한 병원들과 관심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매월 적립되는 작은 돈이 큰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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