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기사글

월출산 자락 영암순교자 기념관

투데이뉴스코리아 2010. 8. 18. 16:21

 

영암읍 25명, 상월 26명, 구림 18명, 천해 7명, 서호 1명, 매월교회 1명 순교
 
영암=강경구

영암 월출산... 한자락 바람은 불어 어디로 가는가?

▲ 영암군 영암읍 멀리론 월출산이요... 가까이엔 익어가는 벼들이 깨꽃과 함께  바람에 흔들리다.     © 강경구
 

전남 영암군 영암읍 서남리... 영암공원을 뛰어 오르던 유년의 기억들로 새롭다. 하지만 새삼스럽게 영암을 찾는 나의 발걸음은 시종 무거웠다. 익숙한 길들을 지나며 마음가득 품어져 나오는 죄스러움과 안타까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죄송함이 내가 살아온 40년 그 이상동안 어지럽게 얽혀버린 실타래를 풀어내는 해법이 되 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영암읍으로 들어서자 월출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뿌연 운무가 끼인 8월 하루의 해는 적당하리만큼 대지 위를 작렬하고 익어가는 벼 낱알들이 말할 수 없는 축복으로 작은 바람결에도 하느작거리며 출렁인다. 모든 것이 행복하다고 할밖에...
적잖은 아이들이 여름수련회로 북적이는 영암읍교회 한 켠을 외롭게 서있는 순교비와 오래된 종탑이 서있는 의미를 한참이나 생각하며 쳐다보다 말한다. 나에게...
왜 이제야 이 곳에 서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과 앞으로의 삶의 가치와 방향에 대한 무언가의 확신들 앞에 희미하지만 해야할 일 들이 있는 것만 같다고...

▲ 영암군 영암읍 서남리 영암읍교회 예배당 앞 한 켠을 자리잡고 있는 순교비석과 오래된 종탑     © 강경구
  


나 자신이... 순교라는 죽음의 선택 앞에 서있다면... 믿을래? 죽을래? 

죽음... 문득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oecd 국가 중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야 하는 조국의 슬픈 자화상... 바람이요 구름인 인생이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평범한 우리에게는 생경스럽고 낯설다. 막상 죽음 앞에 선다면? 이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하고나면 제대로 표정관리 하기가 어려워진다.
대학시절 공산당이 총부리를 겨누고 예수 믿을래? 죽을래?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선배의 질문 앞에 얼굴을 붉히던 생각이 스친다. 물론 젊은 나에게 죽음은 눈앞에 와있다 해도 신앙은 의지와 전열을 불태우며 나를 신앙의 우월한 존재로 만들어 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 그 죽음 앞에 서있다. 나 자신이... 순교라는 죽음의 선택 앞에 서있다. 용서와 사랑이라는 전제는 무시된다. 무조건이다. 믿고 죽을래? 안 믿고 살래? 이다.
새롭게 단장한 서남리 영암읍 교회가 월출산을 향하여 눈을 뜨고 민족이라는 큰 틀의 과제를 물음으로 던지고 있다. 한국의 교회여? 광주의 교회여? 그리고 거룩한 성전인 나여?
아무래도 그 숭고한 죽음들 앞에 이 순교비의 크기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마는 그 의미를 묻기에는 한량없이 퇴색하여 있는 것 만 같아 아쉽고 슬펐다.

 
▲ 서남리 영암읍교회 옛날 터의 기둥과 종탑을 보면서 한참을 머둘었다.     © 강경구


영암읍 25명, 상월 26명, 구림 18명, 천해 7명, 서호 1명, 매월교회 1명 순교 

예수 믿지 않는다고 한마디만 하면 살려준다는 공산군이라는 얼굴로 찾아온 사탄은 얼마나 공포스럽고 두려웠을까? 이제 사탄은 자본주의 안에 권력과 명예, 돈과 부귀라는 달콤한 한 잔의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커피 맛으로 무장하고 우리들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있다. 어쩌면 어느날 갑자기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삼팔선을 사이로 대치중인 뿌리가 같은 한반도에서 남과 북으로 나뉜 우리는 전쟁이 나면 다시 한 번 이 무시무시한 살육의 굴레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 생각건대 우리의 신앙은 이 순교비의 한 줄로 나열된 죽음들처럼 결사적인 각오와 죽음을 타협하지 않는 순수성을 지니고는 있는 것인가?

▲ 기존의 터위에 세워진 영암읍교회... 순교의 정신과 순교 유산에 대한 책임감을 절감한다.     © 강경구

1킬로 밖까지 들려오던 비명소리 속에도 여전히 울려나던 내 주를 가까이 하게함은... 불은 사지를 휘감고 태우고 또 태웠지만 아직도 타지지 않는 믿음의 피와 순교의 정신은 사방으로 울려나가고 있다. 그 많은 희생자 중에 광주 양림교회 박석현 목사의 이름 앞에 잠시 눈길을 머문다. 

  

영암군 군서면 영암순교자 기념관은 굳게 닫혀있고... 

 
▲ 영암군 군서면 영암 순교자 기념관의 닫혀진 여름이 아쉽다.     © 강경구


구림가는 길목 영암 순교자 기념관은 무성한 여름 속에 묻혀 과거의 사진 한 장처럼 낡아만 가고 위치를 묻지만 영암읍에서 가까운 그 거리를 제대로 아는 이도 드물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곳... 하지만 먼 곳일 수 밖에 없음을 느끼는 것은 마치 내가 40년도 넘게 영암과 광주를 오가며 이 곳에 이런 숭고한 신앙의 터가 존재하는지를 먼 이야기로만 알 고 있었음과 무관하지 않다. 상대포항을 떠나는 백제 왕인박사와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있는 구림의 죽림정, 홍랑과 고죽 최경창의 순애보가 있는 고죽서원, 한석봉의 유년이 깃든 육우당과 광주 전남 8대 정자중 하나인 회사정이 지척이다. 하지만 오늘 영암에 대한 나의 관심은 단 하나일 수 밖에...
2005년 영암지역의 순교자들의 넋들을 추모하고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영암순교자 기념관은 6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관계자들의 관심과 정성스런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우후죽순이라 했던가? 태풍이 지나는 길목에 후두둑 떨어지는 빗속을 휘청거리는 대나무들의 거센 흔들림이 예사롭지만은 않다. 자... 다음은 구림교회와 상월교회다. 교회당 근처의 푸르렀을 대나무들을 깍아 만든 죽창으로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의 아픔과 순교의 정신을 보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나의 부족하고 부덕한 신앙의 날을 새롭게 해야 하리라. 또 다짐하여 본다.

 

▲ 영암가는길 팔영정과 아천미술관에서 잠시 쉼을 얻다.     © 강경구
 
▲ 신북의 팔영정 누각과 아천미술관은 잠쉬 쉴 수 있어 좋았다.     © 강경구

▲ 영암읍에서 구림가는 길목 군서면에 있는 영암 순교자 기념관     © 강경구
▲ 군서면 영암 순교자 기념관 가는 길에서 만난 망호리의 붉은 연밭에서...     © 강경구



뉴스파워 광주전남 주재기자/의학박사(수료),대체의학석사/조선대학교 대체의학과 초빙교수/광주여자대학교/송원대학교/서영대학/고구려대학/빛고을노인건강타운/효령노인건강타운 강사
 
기사입력: 2010/08/18 [02:16]  최종편집: ⓒ newspower